유익한이야기

  • 홈 >
  • 말씀 >
  • 유익한이야기
유익한이야기
피에타, 어머니 마음 박승남 2020-05-10
  • 추천 0
  • 댓글 0
  • 조회 925

http://areumdaun.net/bbs/bbsView/39/5732612

 

중세의 거장 미켈란젤로는 어머니 마리아가 느꼈을 비탄의 심정을 조각으로 새겨 세상에 전하였습니다. 피에타가 바로 그것입니다. ‘피에타(Pieta)’비탄슬픔이라는 뜻이며, 십자가에서 죽은 아들을 끌어안은 성모 마리아의 비탄을 담아 형상화한 것입니다. 자녀의 모든 것을 마음에 두었던 어머니는 비탄 속에서도 하나님께 자신의 온 마음을 바쳤습니다.

 

이정은 작가가 쓴 피에타라는 소설 작품이 있습니다. 마리아의 슬픔을 쓴 것이 아닙니다. 이 시대 우리 곁에 살아가는 평범한 어머니의 기도와 고뇌, 다시 말하면 어머니라는 존재의 십자가가 있다는 삶의 이야기입니다. 이 작품의 줄거리를 간단히 살펴보겠습니다.

이 소설은 중년의 나이에 접어든 딸이 어머니의 삶을 바라보고 추억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습니다. 노인이 된 어머니와 중년의 딸은 서로 애물단지라고 부르면서 일종의 갈등을 빚고 있습니다. 어머니는 시골에 살면서 작은 집을 유지할 돈이 항상 부족하여 힘겨워하십니다. 서울에 사는 딸은 남편의 빠듯한 월급에서 일부를 떼어 어머니께 생활비를 드리는데 어디에 써 버리시는지 금방 없어지고 맙니다. 옷을 사드려도 누구에게 주어 버리고 항상 자주색 월남치마만 입는 어머니를 볼 때마다 속이 상합니다. 정말 애물단지 엄마가 맞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딸은 서울 근교에 사는 어머니를 자주 뵈러 갑니다. 갈 때는 위로와 사랑의 말을 드리겠다고 벼르고 가지만, 막상 가서는 싸움만 하고 돌아오게 됩니다. 어머니 생각만 하면 마치 시시포스와 줄다리기를 하듯 힘들게 밀어 올린 바위가 아래로 곤두박질치는 느낌이 듭니다. 시시포스는 끊임없이 바위를 언덕 위로 올리는 벌을 받은 신화 속의 인물입니다. 삶이 힘들어진 딸은 어머니라는 존재 자체가 부담스러워져 차라리 돌아가셨으면 하는 생각까지 들게 됩니다. 솔직히 세상에는 그런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많습니다. 사랑하지만 서로 힘들어하는 부모와 자녀의 모습입니다. 그 사이에서 발생하는 갈등이 생생하게 묘사되어 있습니다. 팔순 노인인 여류작가의 필치가 공감을 자아냅니다.

그러던 어느 때, 어머니는 치매를 앓게 되고 뜻밖의 교통사고를 당해 세상을 떠나고 맙니다. 딸은 울면서 하나님을 원망합니다. 설혹 어머니를 죽게 해 달라고 했기로서니 그 말을 진정으로 믿고 들어주셨느냐고 항의합니다. 그러다가 엄마에게 나를 더 오래 괴롭혀도 참을 수 있는데 이렇게 빨리 가실 줄 몰랐다며 용서를 빕니다. 그때 어머니의 말이 들려오는 것 같았습니다. 자식과 부모 사이는 용서라는 말이 필요 없단다. 다 한 몸이니까.”

비로소 딸은 어머니에게 믿음의 고백을 합니다. 내 존재는 어머니가 쏟아낸 기도, 염려의 열매이다라고. 어머니는 태어난 지 겨우 여섯 달 된 어린 생명을 실수로 잃어버린 상처를 갖고 있었습니다. 옛날 약이 귀하던 시절에 어머니는 충치를 치료할 독약을 얻어다가 장롱 밑에 몰래 숨겨두었습니다. 그러나 막 기어 다니기 시작한 어린아이가 그 약을 만지고 죽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온 가족은 하나님을 향해 원망과 분노를 쏟아냈고 어머니는 죽음의 유혹을 느꼈습니다. 그렇지만 어머니는 자신이 직접 십자가를 만들어 마치 거기에 스스로 매달리는 듯한 태도를 보였습니다. 갈 데가 교회밖에 없었고 그곳에서만 숨을 쉴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남편까지 세상을 떠나자 어머니의 삶은 온전히 바뀌었습니다.

어머니는 자신이 죄인이라고 자책하며, 생명이 있는 한 남에게 베푸는 삶만이 속죄의 길이라고 믿게 됩니다. 작은 시골집에 어려운 사람이나 연고가 없는 사람들을 데려와 정성껏 보살피기 시작합니다. 그러나 그 사람들은 대체로 피해의식이 강해 고마움은커녕 선의를 왜곡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딸은 그것이 늘 불만이었습니다. 심지어 어느 때는 어머니의 무릎에 안겨 무언가를 먹고 있는 남자를 발견하고 어머니를 의심하기도 합니다. 어머니가 늦바람이 났나 하면서 말입니다. 그 남자가 십여 년 전에 어머니로부터 생명을 구한 장애인인 줄 알기까지 혼란을 겪기도 했습니다.

딸은 어머니가 자신에게 했던 말을 떠올립니다. 난 천국은 있다고 믿는다. 감히 바랄 수가 없을 뿐이지. 바라는 것 자체가 욕심이어서 그렇지.” 이 소설은 어머니가 선물로 주신 피에타상을 바라보며 어머니를 생각하는 것으로 막을 내립니다.

 

이는 가정의 달 오월에 가족이 함께 나눌 만한 어머니 이야기로 노쇠한 어머니를 모셔 본 경험이 있는 이는 모두 공감할 것입니다. 어머니를 사랑하면서도 작은 일에 서운하고 서로 갈등을 빚고, 그러다가 곧 후회하고 죄송하고, 심지어 언제 세상을 떠나실까 생각하다가 죄책감으로 하나님 앞에서 회개하는 일들이 반복되곤 합니다. 이 소설의 내용이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느낌이 드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세상에서 그런 감정을 갖고 나눌 수 있는 사람은 어머니밖에 없습니다. 나의 태어남과 자라남, 그리고 기쁨과 고통을 포함한 모든 것을 하나도 빠짐없이 마음에 새겨 두고 있는 존재가 곧 어머니이십니다. 하나님께서 그렇게 만드셨으며, 우리 주님의 모친인 마리아가 그것을 그대로 증명했습니다. 더구나 신앙을 가진 어머니라면 나를 위한 기도가 나보다 더 많고 깊었으며, 나의 고통을 나보다 더 아파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어머니라는 존재는 내 모든 것을 마음에 두고 있는 유일한 사람입니다.

시인·국문학자·영문학자이셨던 고 양주동 교수님이 쓰신 어머니 마음입니다.

나실 제 괴로움 다 잊으시고 기를 제 밤낮으로 애쓰는 마음

진자리 마른자리 갈아 뉘시며 손발이 다 닳도록 고생하시네

어려선 안고 업고 얼려주시고 자라선 문 기대어 기다리는 맘

앓을사 그릇될사 자식 생각에 고우시던 이마 위에 주름이 가득

사람의 마음속엔 온가지 소원 어머님의 마음속엔 오직 한가지

아낌없이 일생을 자식 위하여 살과 뼈를 깎아서 바치는 마음

인간의 그 무엇이 거룩하리오 어머님의 사랑은 그지없어라.

~ 아낌없이 일생을 자식을 위하여 마치신 어머니의 그 마음은 사랑입니다.

 

    추천

댓글 0

자유게시판
번호 제목 작성자 등록일 추천 조회
이전글 문용동 전도사 - 죽으면 죽으리라 박승남 2020.05.17 0 813
다음글 어머니의 사랑, 하나님의 사랑 박승남 2020.05.10 0 10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