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활의 담쟁이
- 박승남 2026.4.5 조회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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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의 담쟁이
도종환 시인이 쓴 <담쟁이>라는 시의 한 구절입니다.
“저것은 벽 /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 / 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
불과 몇 시간 전까지만 해도 ‘죽음’이라는 거대한 벽 앞에 서서 고장 난 벽시계만 쳐다보며 절망하던 여인이었던 마리아는 주님이 자신의 이름을 불러주시는 순간, 그 절망의 벽을 타고 넘는 부활의 첫 번째 잎사귀가 되었습니다. 담쟁이 잎 하나가 수천 개를 이끌고 결국 그 벽을 다 덮어버리듯, 마리아라는 이 연약한 잎사귀 하나가 인류 전체를 덮고 있는 죽음의 벽을 넘어서기 시작한 것입니다.
이제 마리아는 세상의 시계가 가리키는 ‘절망의 정오’를 믿지 않습니다. 그녀는 자기 안에서 힘차게 돌아가기 시작한 ‘부활의 시계’를 믿습니다. 그녀의 외침은 멈춰버린 제자들의 심장을 다시 뛰게 했고, 2천 년이 지난 오늘 우리에게까지 도달하여 우리 인생의 고장 난 시계를 흔들어 깨우고 있습니다. 그녀는 죽음이라는 완고한 벽을 타고 넘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부활의 담쟁이’였습니다.
오늘 우리의 마음은 지금 어디에 머물고 있을까요? 혹시 여전히 차디찬 안개가 자욱한 그 새벽의 무덤가일까요? 아니면 고장 난 벽시계처럼 멈춰버린 자식의 앞길을 보며, 혹은 밑바닥까지 긁어내도 희망이 보이지 않는 통장 잔고를 보며 “세월아, 너는 어찌 돌아도 보지 않느냐”고 야속한 눈물만 흘리고 있지는 않은지요? “누가 내 행복을 훔쳐 갔나, 누가 내 꿈을 무덤 속에 가두었나?” 원망하며 깨진 시계 유리 파편만 만지고 계신 건 아닌지요. 하지만 우리는 분명히 보았습니다. 무덤의 돌은 이미 옮겨졌고, 주님은 그곳에 계시지 않았고 오히려 무덤 밖, 우리의 가장 아픈 삶의 현장 가운데 서서 온화한 음성으로 우리를 부르시며 말씀하십니다. “000아, 어찌 우느냐. 나는 죽은 자 가운데 있지 않고, 여기 네 곁에 살아 있단다.”
이제 우리는 더 이상 무덤을 향하지 않습니다. 예수님을 자기 곁에 묶어 두려던 모든 욕심도 내려놓습니다. 대신 부활 승천하셔서 성령으로 온 우주에 가득하신 그분의 임재를 가슴에 품고, 죽음이라는 담장 너머를 향해 뻗어가는 푸른 담쟁이가 되어 달려갑니다. 여전히 고달픈 삶이라도 “랍오니(선생님)!” 응답하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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